몇 주 전 일요일에 성당에 갔더니 지난 수요일에 뭘 못한 사람은 그날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뭐지? 하며 나갔더니 머리에 뭘 얹어 주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했던 그 분을 따르려는 마음 하나 있을 뿐 그 종교에 대해서는 쥐뿔 아는 게 없는지라 집에 돌아와 찾아 보니 그것은 이름하여 '재의 수요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라는 창세기 말씀을 기억하고 겸허히 살자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지. 우리는 다 흙으로 돌아가게 되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과연 알까? 안다면 이렇게 살지 않을 것 같다.
태양계의 바이러스별 지구에 사람으로 태어나기까지 46억년이 흐르는 동안 수없이 모습을 바꾸어 왔을 터. 한때는 물이었다가 한때는 바위였다가 흙이 되기도 하고 풀로, 나무로, 들짐승으로.. 나고지고를 반복하며 사람이 된 건데(환생을 믿지 않는다고? 나는 자연계의 먹이사슬을 말함이다.) 한때 자기와 한몸이었을 수도 있고 언젠가 한몸이 될 지도 모르는 풀을, 나무를, 산을 바다를 함부로 하며 갈길을 재촉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날 청소기 먼지통을 비우다가 머리카락과 먼지 한움큼을 발견했다.
지난 반년간 집에 거의 있지 않았고, 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고, 최근에 나만 간혹 집에 들르는지라 저 머리카락과 먼지들의 출처는 거의 나. 방금까지 내 몸에 붙어 있으면서 '나'를 이루던 놈들이.. 순식간에 부지불식간에 쓰레기가 되었다.
(생명이 있다는 건 뭘까.. 뭔가 비정상적인 것 같다. 난해하다.)  
저 먼지를 공기 중에 흩뿌려 버리면 아마도 아마도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 다니다가 다른 생명체에게 들어가겠지. 땅에 떨어져 흙이 된다 해도, 뭐 언젠가는. 흩어져서 없어지고 싶지 않으면 저 먼지를 먹기라도 해야 하나? 그러면 사람들이 정말로 미쳤다고 하겠지. 
죽여야 산다. 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죽여야 살 수 있다. 아니, 살 확률이 좀 높다.
먼저 먼지로 돌아간, 일종의 선구자들아. 부럽다. 좋은 곳으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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